2020. 3. 3. 11:21ㆍ출판사
딥앤와이드 출판사를 만들고 운영을 할 때 나는 동료와 세 가지 철칙을 세웠다.
첫 번째.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빼앗아가는 행위는 하지 말자
두 번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포리즘 에세이를 되도록이면 만들지 말자
세 번째. 책 표지는 그 누구보다 예뻐야 한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철칙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며 책을 만들고 있다. 이건 내가 작가로서 경험한 부분도 있지만 긴 레이스를 위해서기도 했다. 우선 작가의 입장으로 아이덴티티를 앗아가지 않는 출판사는 정말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출판계 또한 철저한 상업주의에 의거하여 돌아가는 세계기 때문에 대중성이 들어가야 그 흥행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로 말하자면 신파라고 해야 하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면 그만큼 고객층이 넓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립영화 같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하고 싶었다. 대중적인 게 부족해도 색이 있는 책. 책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좋아할 만한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을 행하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게 바로 작가의 아이덴티티 지키기였다.
만약 작가의 글을 대중적으로 이끌기 위해 문체나 표현방법을 바꾼다면 요리를 하면서 msg를 계속 뿌리는 거나 다름이 없다. 분명 소비는 되겠지만 보편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와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심층 있게 나누고 동기부여를 가진 채 원고를 맡기면 작가는 자기가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원고를 작성한다. 이건 작가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면서 나오는 선한 시너지다. 원고의 자유도를 높였을 때 그만큼 높은 퀄리티의 글이 나오는 건 경험을 통해서 확신을 가진 부분이다.
2월에 출간된 이석환 작가님의 산문 <집에 혼자 있을 때면>은 정말이지, 많은 분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는 도서다. 작가님이 원고를 쓰시며 이렇게 나를 방치해도 되냐고 물으셨지만 원고를 읽은 나로선 건드릴만한 글이 없었다. 작가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포리즘 에세이를 벗어난 책을 만들기 위해 작가에게 이런 작업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촘촘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함께 소통하고 의견을 내며 책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제작에 흥미를 느낄 수가 있다. 작가도 제작자의 부분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본래 작가들은 책을 한 권 내면서 성장하는 법이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책에 대한 애정은 커질 것이고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그때 우리가 서포트를 해주며 출간을 진행하면 더 큰 판매 효과가 생긴다. 나는 이 점을 기대하고 작가님들과 열심히 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 디자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 더 이야기를 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디자인에 관련해선 다음 이야기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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