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출판사 대표의 일기 :: '편집자는 어떻게 독서를 할까?'

2020. 12. 30. 17:35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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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판사 대표의 일기

'편집자는 어떻게 독서를 할까?'

 

 

 

 

 

 

 

2020년은 COVID-19에 잡아먹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악착같이 살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건 내가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위로해본다. 출판사는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총 11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그렇다 할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좋은 책을 만들었기에 후회는 없다. 11권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속을 썩인 책, 애정이 가는 책, 배운 게 많은 책, 다행히 수익을 내준 책들이 모여 지금의 딥 앤 와이드를 만들어냈다.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린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지도가 없었던 때, 향해자가 나침반과 파도에 의지한 채 섬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우리도 지금 가능 방향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 섬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니.

 

 

 

최근에 든 생각인데 요즘 도통 '책'이라는 걸 읽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만들다 보면 원고를 수도 없이 읽게 되는데 서점에 가서도 경쟁 책이나 트렌드, 내지 디자인만 챙겨볼 뿐이지 진짜 독서는 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사놓고 쳐다도 보지 않았던 지날 세월. 며칠 전부터 나는 강한 독서욕을 느끼고 있다. 편집을 위한 독서가 아닌 나를 위한 독서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서를 하며 얻는 영감이 많다. 그동안 나는 클래스 운영을 위해 몇십 가지의 영감을 만들어 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한계가 왔다. 그래서 시간이 난다면 책 한 권을 완독 하고 싶다. 아니, 정독하고 싶다. 옛 시절 에쿠니 가오리의 여류 소설에 푹 빠져 책에서 손을 못 뗐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팔팔하게 살아있는 감정으로 글을 쓰곤 했다. 소설에서 벗어나고 책만 만드는 요즘은 낮고 우울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 그 부분이 참 애석하게 느껴진다.

 

 

 

집에는 출판사 책이 가득 쌓여있고 중간중간에 읽고 싶어서 산 소설이나 잡지 등이 있다. 그것들을 먼저 해치워야겠다 생각하니 이제 흥미가 떨어진 책도 있어 서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이번에는 '진짜 독자'의 모습으로 가는 것이다.(물론 가자마자 나는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살피고 눈여겨보았던 책의 표지나 내지를 카메라로 찍겠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이자 글을 쓰는 나에게 독서는 필수요소다.

어쩌면 나는 원고를 읽는다는 핑계로 독서를 멀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줄곧 남을 위해 책을 만들고 클래스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나를 위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에 몸서리치겠지.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나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하며 자책을 하기도 하고 책을 더 알리지 못하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성실함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착되어 있는 성실은 가치가 없다. 그래서 나날이 배우고 발전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서칭 하고 자료를 보며 실행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한가운데에 독서가 있기에 오늘은 자기 전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50페이지만이라도 읽기를 다짐해본다.

 

 

딥앤와이드 로고

 

 

 

2021년이 다가왔다. 백신으로 인해 코로나가 분명 종식될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서점이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이 문화적 소비를 더 많이 하는 날을 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책을 만든다. 1이 모여 100 된다는 것. 그것이 프로(%)라고 생각하면 탄탄한 출판사가 될 확률은 올라가고 있다. 내년의 나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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